현재 인테리어를 포함한 건축분야는 AUTO CAD, 3D MAX, Sketch Up, Revit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도면과 제안서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없었을 때에는 손으로 도면을 직접 그리는 제도 방식을 사용했고 그만큼 상당한 손그림, 즉 드로잉 실력을 요하는 직업군이었습니다.
그렇다면 현재처럼 다양한 프로그램과 스킬이 존재하는 21세기에 드로잉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손그림, 꼭 잘 그려야 하나요?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손그림은 잘 그려야 합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에게 그림이라는 것은 하나의 표현 방식입니다. 실제로 많은 디자이너들이 디자인을 제안할 때 3D나 도면, 레퍼런스 이미지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제안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소한 마감처리나 현장 작업자들과의 의사소통, 디자인 미팅에서 의견 조율, 클라이언트와의 미팅에서 실시간으로 프로그램 작업을 할 수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뒤에서도 언급하듯 취업률과 드로잉 실력은 전혀 연관이 없습니다.
1) 현장에서 감리하는 시공 팀원과 설계 팀원
현장에 있다 보면 반장님들이나 목수분들이 종종 '디테일'을 요구합니다. 특히 공간의 포인트 요소나 인포데스크 등 도면으로 명시돼있어도 도면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작업자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적당한 설명과 함께 '그림'이 필요하게 되는데 그림으로 그려서 설명하고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는 편이 가장 확실하고 빠른 방법입니다.
특히 나이가 있는 작업자분들은 간혹 드로잉 실력을 현장 경력과 비례하는 분들도 있기 때문에 드로잉 실력이 뛰어나고 디테일을 잘 설명하는 디자이너를 일 잘하는 디자이너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실제로 저희 회사에 새로 온 팀장님이 있는데 일을 잘한다고 소문이나 스카우트를 했고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여 입사를 했습니다.
처음에는 회사 내에서 일도 잘하고 현장도 깔끔하고, 어떻게 보면 완벽에 가깝다고 생각이 될 만한 분이었는데, 목수 반장님이 '~팀장은 일을 잘하는데 디테일을 너무 못 풀어' 라며 짜증을 냈습니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저와 비슷한 드로잉 실력을 가지고 있어서 놀랐던 경험이 있습니다.
2) 회사 내에서 디자인 미팅할 때
내가 구상한 디자인이 컨택되어 현장에 반영되는 것은 굉장히 뜻깊은 일입니다. 특히 오랫동안 해보고 싶었던 디자인을 원하는 클라이언트를 만났거나, 트렌드에 잘 맞는 디자인이 나왔다면 꼭 한번 현장에 반영해보고 싶은 것은 디자이너라면 누구나 원하는 일입니다.
그런데 다소 어려운 디자인을 제안했을 때 그것을 즉석으로 풀어낼 수 없다면 컨택되는 데는 다소 어려움이 있습니다. 물론 어렵다고 생각되는 디테일은 3D로 만들어 회의 때 선보이기도 하지만 상호 간의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에서는 자연스럽게 드로잉을 하며 의견을 주고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의견을 주고받아야 할 때 말로 여러 번 설명하는 것보다 내 의견을 잘 표현 한 하나의 그림이 의견을 조율하는데 굉장히 편안할 것입니다.
3) 클라이언트와 미팅할 때
클라이언트의 지갑을 열기 위해서 설득과 설명은 필수입니다. 인테리어 디자인은 다소 디자인 영역에 가까운데 비해 대부분의 건축 디자인은 공학과 디자인의 경계에 있습니다. 즉 클라이언트는 우리를 건축가나 엔지니어의 영역으로 보기보단 디자이너 그 자체로 볼 가능 성이 더 높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구조나, 레이아웃을 통해 클라이언트를 설득할 수 있지만 가장 쉽고 편하게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디자인입니다. 실무에서 가장 많이 느끼는 것은 레이아웃을 잘 구성하고 여러 개 제안하는 것보다 클라이언트의 취향에 맞는 디자인을 제안했을 때 클라이언트는 웃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클라이언트가 궁금한 것이 생겼을 때 즉각적으로 그림으로 해결해주는 사람이 있는 반면 말로 설명을 하느라 애를 먹는 사람이 있습니다.
말로 설명해서 이해를 못하면 서로 난감한 상황이 생길 수 있는데 그림으로 그 자리에서 해결한다면, 클라이언트는 쉽게 이해하면서 자연스럽게 전공자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2. 손그림 취업할 때도 필요해요?
입사할 때는 드로잉 스킬이 전혀 요구되지 않습니다. 심지어 1~2년 차 때까지 필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클라이언트와의 미팅은 대부분 신입보다 경력자가 하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신입 때는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경우가 적고 주로 3D업무나 레퍼런스 모으기 등 디자인에는 꼭 필요하지만 눈에 띄지 않는 일을 많이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 같은 경우는 일하기 전에는 프로그램을 다루는 일에만 매진했고 현재는 틈틈이 드로잉 실력을 쌓고 있습니다.
오늘 포스팅은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드로잉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야기해봤습니다.
위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1~2년 차 때는 그렇게 보일 일이 없지만 실제 직급이 높아지면 어느 정도는 필요합니다. 요즘 연습을 해보니 그렇게 뛰어나지 않아도 어느 정도는 커버가 가능한 거 같아 나름 의욕이 생기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 그림다워지면 하나씩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